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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비판한 러시아 출신 名지휘자 “침묵은 악마이기 때문”

조선일보 / 2023.09.19
김성현 기자

경제지와 지휘자는 언뜻 안 어울리는 조합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출신 명지휘자 세묜 비치코프(71)의 인터뷰를 긴급 게재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직후 인터뷰에서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대규모 학살이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푸틴의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공개 발언했다. 그는 1975년 미국 망명 이후 파리 오케스트라, 서독일 방송교향악단 등에 이어서 2018년부터 체코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거장이다.

 

 다음 달 체코 필하모닉을 이끌고 내한하는 비치코프는 18일 국내 서면 인터뷰에서도 “때로는 침묵이 악마가 될 경우가 있다. ‘예술과 정치는 서로 관여하지 않는다’는 오랜 금언이 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삶과 죽음, 인류의 실존에 대한 문제이지 결코 정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길을 가다가 누가 봐도 힘이 없는 사람이 폭력적으로 얻어맞는 모습을 본다면 지나칠 것인가? 최소한 경찰에 신고라도 할 것이다. 나는 그저 인간으로서 침묵하지 않고 소리를 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그는 프라하 광장에서 3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위한 자선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는 냉전 당시 구(舊)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그런데도 작금의 사태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가 있다. 전쟁으로 인한 비극적 가족사 때문이다. 비치코프는 “2차 대전 당시 친조부는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오데사의 외가 가족들은 나치에 학살당했다. 아버지는 전쟁 당시 두 차례나 부상했고, 어머니는 나치에 900일 가까이 봉쇄당한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살아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 음악가들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푸틴을 지지하거나 러시아 정부를 선전하면서 혜택을 누리고 있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카라얀 재임 말기인 1986 베를린 필하모닉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녹음하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비치코프는당시 카라얀의 초대로 베를린에서 그가 지휘한 공연을 관람했고 그의 영상 스튜디오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카라얀은 타고난 교육자였고 음악적 해석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물을 있었다 기억했다. 그는 체코 필과 함께 10 24 예술의전당과 25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피아노 협주곡(협연 후지타 마오) 교향곡 7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그는 “1896 체코 필하모닉이 창단할 당시 음악회에서 드보르자크가 지휘봉을 잡았다. 그만큼 우리 악단과 깊고 밀접한 인연이 있는 음악가라고 했다. 놀랍게도 비치코프는 이번이 내한이다. 그는지금까지 서양에서 현지화된 한국 음식만 맛보았는데, 이번에는 진짜 한국 음식을 먹어볼 기회라서 내심 기대하는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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