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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유혹·굽이치는 강…다채롭게 물들인 체코필 '나의 조국'

연합뉴스 / 2025.10.29
박원희

비치코프 지휘로 스메타나 곡 연주…체코 독립기념일 의미도 더해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오케스트라의 경쾌한 선율에 가벼운 몸짓으로 누군가를 유혹하는 요정이 떠오른다. 전원적인 분위기에 젖어 드는가 싶던 선율이 위태로운 분위기로 고조되자, 요정의 유혹으로 위험에 빠진 사람이 눈앞에 그려진다. 체코 필하모닉이 들려주는 '나의 조국' 속 세 번째 곡 '샤르카'의 한 부분이다.

세묜 비치코프가 지휘하는 체코 필하모닉이 지난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각적 상상을 불러오는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을 선보였다.

'나의 조국'은 스메타나가 1880년까지 6년에 걸쳐 작곡한 6곡을 일컫는다. 체코의 강과 오래된 성, 신화 등을 소재로 삼아 만든 곡들로 체코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이야기나 풍경 등 음악 외적인 대상을 묘사하는 표제음악이다. 예를 들어 '샤르카'는 사랑을 배신한 연인에 대한 원한으로 샤르카가 남자들을 속인 뒤 죽이는 신화를 표현했다.

체코 필하모닉은 각 곡에 충실한 연주로 작품에 다양한 색채를 물들였다.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블타바'(몰다우강)에서는 굽이치고 합류해 형성된 급류를, '보헤미아의 숲과 초원에서'는 신비롭고도 포근한 숲을 상상하게 했다.

생동감 넘치는 연주에 '샤르카'가 끝날 때 객석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나오는 등 관객들도 몰입했다. 지휘자와 단원들도 연주에 젖어 드는 모습이었다.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연주할 때 비치코프와 일부 단원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비치코프는 부드럽게 지휘하면서도 짙은 정서를 그려냈다. 지난해 그라모폰 '올해의 오케스트라'를 수상하고 '나의 조국' 음반으로 올해 BBC 뮤직 매거진 어워즈에서 오케스트라상을 받은 악단은 집중도 높은 연주를 선보였다.

이들의 연주는 체코 독립기념일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체코는 1918년 10월 28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독립한 날을 기린다. 체코 필하모닉은 민족주의 색깔이 강한 '타보르'와 '블라니크'에서 애도하는 듯한 비애감에서 밝고 힘찬 마무리로 나아갔다.

객석은 기립박수와 뜨거운 환호로 체코 필하모닉 연주에 화답했다. 비치코프를 비롯한 단원들은 감사함을 표했다. 이들은 앙코르 없이 공연을 마무리 지었다.

체코 필하모닉은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첼리스트 한재민과 협연으로 공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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