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2025.09.22
고승희
내달 12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
오케스트라 섭외 1순위 연주자
7년 만에 성사된 내한 독주회
![전 세계 오케스트라 섭외 1순위로 꼽히는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가 7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인아츠프로덕션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9/22/news-p.v1.20250922.d27e3baa1d3d4ecbbcd1e02e43fee951_P1.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 전 세계 오케스트라 섭외 1순위.
# 음악가들이 더 좋아하는 음악가. # 강력한 표현력, 불같은 테크닉을 지닌 두려울 것 없는 연주자.
한 명의 음악가를 짧은 문장 안에 가두는 것은 섣부른 일이다. 독일 출신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 쇼트(49)에도 많은 수사가 따라다닌다. 그는 “이름 앞의 수식어들은 음악가이자 인간으로서의 나를 보여주는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한다.
“저는 연주자로서 어떤 이상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기보다는, 한 인간으로서 성숙하고 깨어 있으려고 노력해요. 음악은 그 과정에서 저를 도와주고, 그런 태도와 배움의 자세가 연주에 녹아든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뮐러 쇼트가 다시 한국에 온다. 지난해 서울시향과 협연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지만, 솔로 리사이틀은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당초 지난해 10월 내한 리사이틀 계획이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한 달간의 연주 일정이 취소됐다. 당시 “올가을 가장 고대했던 한국투어를 놓치게 돼 매우 황망하고 죄송하다”고 했던 그가 10월에 다시 한국(10월 12일, 예술의전당)을 찾는다.
뮐러 쇼트는 헤럴드경제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에서의 무대는 언제나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온다”며 “무대 위에서 느껴지는 관객과의 연결, 특히나 젊은 세대에서 느껴지는 열린 마음이 항상 새롭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는 고전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독일 음악의 정수를 들려준다. 뮐러 쇼트는 “독일 레퍼토리를 보면 늘 내 뿌리, 성장 배경, 독일에서의 스승들이 떠오른다”며 “왜 그 시대, 그 지역에서 이런 음악이 나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나를 그 음악으로 이끈다”고 했다.
베토벤을 시작으로 슈만, 베버른, 브람스로 이어지는 음악 여정은 대조적이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는 “베토벤과 브람스는 그 중심이자 뼈대이며, 두 작곡가의 작품은 그 시대의 발전을 보여주는 걸작”이라고 했다. 특히 베토벤은 피아노와 첼로가 동등한 언어를 나누는 새로운 균형 잡힌 소나타 형식을 만들었다. 뮐러 쇼트는 이에 대해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발명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함께 할 피아니스트는 조재혁이다.
슈만은 그에게 남다르게 느껴지는 작곡가다. 뮐러 쇼트는 매 공연 작품에 대한 해설을 비롯해 음반 해설집도 직접 쓰고 있다. 음악은 물론 문학적 감성과 자질을 가진 그에게 슈만은 ‘가장 시적인 방식으로 대조를 보여주는 작곡가’다. 그는 “슈만은 늘 뛰어난 가곡 작곡가로 다가온다”며 “그의 음악은 문학과 음악이 맞닿아 있는 느낌이다. 그의 글쓰기는 언제나 인간적이다”고 했다.
피아노와 하프시코드 연주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는 여섯 살에 첼로를 시작했다. 슈만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 오케스트라 리허설에서 첼로의 음색에 반한 것이 자기 몸만 한 악기를 잡게 된 이유다. 그때 리허설을 하던 연주자가 바로 요요마였다. 긴 시간 첼로와 마주하기까지 그에겐 빼놓을 수 없는 두 명의 스승이 있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1927~2007)와 스티븐 이설리스다.
로스트로포비치와의 인연은 짧지만 강렬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의 소개로 1년간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로스트로포비치는 다양한 음악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스승”이라고 했고, “이설리스는 존경하는 스승이자 ‘첼로의 아버지’ 같은 존재로, 음악 인생의 방향을 제시한 스승”이라고 말했다. 이설리스 역시 뮐러 쇼트를 ‘아들’이라고 부른다. 뮐러 쇼트가 슈만과 같은 낭만주의 작곡가들을 깊이 탐구하고 이 안에서 섬세한 감정과 표현을 끌어내게 된 것도 이설리스의 영향이다.
도이치 그라모폰, 오르페오, 워너 등의 주요 레이블과 30여 장의 음반을 낸 그에게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수없이 연주한 작품이다. 그의 연주는 침착하지만 대담하고, 유연하면서도 치밀하다.
뮐러 쇼트는 “사람은 저마다의 인생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계속 변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된다. 작은 위기들이 오히려 삶과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음악에도 그 변화가 담기길 바란다”고 말한다.
뛰어난 솔리스트이면서 실내악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오케스트라의 협연자로도 꾸준히 무대에 서는 뮐러 쇼트는 무대마다 다른 존재감을 보여준다. 그는 “음악가는 배우와도 비슷하다”며 “작곡가가 요구하는 특정한 역할을 맡아 그것을 최대한 충실히 표현하려고 한다”고 했다. 어떤 무대에선 주연이지만, 또 다른 무대에선 철저하게 조연이 돼야 하며 그러다가도 ‘신 스틸러’처럼 튀어나와 무대를 장악해야 하는 것이 연주자라는 직업의 특성이다. 무대에 따라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 것)를 잘하는 것이 연주자의 덕목인 셈이다. 그는 “오케스트라 협연을 할 때와 실내악을 할 때 서로 다른 음악가로 서되, 어느 순간에 주연이 되고 조연이 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다양한 음악적 역할을 탐구하는 과정이 매력적”이라고 했다.
40년 넘게 첼로 앞에 앉았지만, 그의 연주 인생은 지금도 배움과 새로움의 연속이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배움에 열려 있는 것이고, 모르는 것을 솔직히 ‘모른다’고 인정하는 겸손함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존 레퍼토리에선 늘 새로움을 발견하고, 익숙함에 안주하지 않고 현대 작곡가들과 협업을 이어가는 것도 음악을 향한 그의 강렬한 탐구욕 때문이다. 그 도전을 관객은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준다고 믿는다.
“음악은 살아 움직이는 과정이에요. 그래서 매 순간 다른 해석이 가능하고, 늘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래된 관습과 해석,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늘 설렘을 가지고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제 목표예요. 이 음악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으로 가는 문을 여는데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