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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독립기념일에 '나의 조국' 연주… 한국도 감동할 것"

매일경제 / 2025.09.26
정주원

체코필 2년만의 내한 … 세계적 지휘자 세묜 비치코프 인터뷰

"지난 세기 동안 여러 악단의 사운드가 점점 비슷해지는 경향을 봐왔지

만 '다름'은 매우 중요합니다."

프랑스 파리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와 쾰른 방송교향악단 수석지휘자를 지낸 러시아 출신 마에스트로 세묜 비치코프(71)는 오케스트라의 개성을 표현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2018년부터 수석지휘자를 맡고 있는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2023년 처음 내한했을 때도 보헤미안의 정수가 담긴 따뜻하고 거대한 음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치코프가 오는 10월 28~29일 2년 만의 내한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올해 체코필 창단 13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 그는 매일경제 서면 인터뷰를 통해 "체코필이 고유의 목소리를 지닌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매우 기쁘다"며 "이번 내한에서 또 한 번의 거대한 감동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악단의 차별화된 소리를 끌어내는 비결에 대해 "지휘자가 자신을 악단의 위대한 전통, 뚜렷한 정체성과 통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단 130주년을 맞은 체코필을 상대로 권위를 내세우기보다 인간적 면모로 다가간 그의 리더십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비치코프는 체코필 단원들에게 '대디'로 불리곤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치코프와 체코필은 이번 내한에서 스메타나 '나의 조국' 전곡 연주(28일 서울 예술의전당)를 통해 남다른 궁합을 다시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해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발매한 같은 곡 음반은 BBC 뮤직 매거진 오케스트라 어워드도 수상했다. 총 6곡으로 구성돼 연주 시간이 80분에 달하는 교향시로, 실연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나의 조국'은 체코가 오스트리아 제국의 지배하에 있던 1874~1879년에 만들어졌다. 자기 뿌리를 지키려는 민족적 정서가 강하게 배어난다. 마침 연주회 당일인 10월 28일이 체코 독립기념일이라는 우연도 겹쳤다. 비치코프는 "체코필 단원들은 태어나기 전부터 이 곡을 연주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또 "더 크고 강한 나라에 지배받은 경험이 있는 모든 국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라며 "나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비치코프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미국으로 이민했고, 음악가로서는 프랑스에서 오래 거주했다. 그는 "각 나라는 저마다 고유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고 평화롭게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인류가 번영하기 위해선 자기 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과 더불어 역사 속 오점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일도 필요하죠. 스메타나의 음악은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줍니다. '나의 조국'은 시대를 초월해 울림을 주는 동시대적 작품입니다."

내한 공연 이튿날인 10월 29일에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차이콥스키 5번 교향곡과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선보인다. 협연은 첼리스트 한재민이 맡는다. 러시아 작곡가와 체코 작곡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정체성이 맞물리는 구성이다.

또 그는 "지난 한국 연주 때 젊은 관객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정말 굉장했다"며 "다시 한국 관객 여러분과 만날 생각에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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