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년 전에 베자르 발레 로잔의 무용수로 한국 관객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예술감독으로 왔습니다. 특히 이번 공연엔 김기민이 함께해서 더 기쁩니다.”
베자르 발레 로잔(BBL)의 줄리앙 파브르 예술감독이 22일 GS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첫 소감이다. BBL은 20세기 후반 발레에 혁신을 가져온 프랑스 출신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창단한 발레단이다. 2001년 서울과 2011년 대전에서 두 차례 내한 공연을 가졌던 BBL이 오는 23~25일 GS아트센터에서 15년 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파브르 감독은 “BBL은 모리스 베자르의 유산을 이어갈 뿐만 아니라 현대 안무가들에게 신작을 위촉함으로써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또 17~18개국 출신 무용수 40여명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번 내한 공연은 현재 BBL이 추구하는 예술적 가치를 볼 기회”라고 강조했다.
BBL의 이번 공연 프로그램 가운데 ‘볼레로’에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이 함께한다. ‘볼레로’는 1961년 초연 이후 BBL의 대표 레퍼토리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베자르가 작곡가 라벨의 동명 음악을 가지고 안무한 이 작품은 주역 무용수가 구현하는 선율(라 멜로디)과 그를 둘러싼 남성 군무 38명이 만들어내는 리듬이 결합해 폭발적인 에너지를 빚어낸다. 그동안 세계적인 스타 무용수들이 거쳐 간 라 멜로디 역은 BBL과 베자르 재단의 엄격한 승인이 필수적이다. 김기민은 한국 무용수 최초로 라 멜로디 역을 맡아 23일과 25일 무대에 오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함께한 김기민은 “오랫동안 꿈꿔 왔던 ‘볼레로’에 출연하면서 한국 관객 앞에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잔의 BBL에 가서 줄리앙 감독님과 함께한 리허설은 매시간이 행복했다”며 “마린스키 발레단에선 한 작품의 리허설이 하루에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 편인데, BBL에선 ‘볼레로’를 하루에 세 시간씩 연습했다. 줄리앙 감독님은 무용수가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고 전했다.
‘볼레로’는 같은 선율이 반복되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안무를 외우는 것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과거 출연했던 스타 무용수들 중에서도 안무를 제대로 외우지 못하거나 틀렸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김기민은 “다행히 내가 음악에 예민한 편이어서 ‘볼레로’ 음악에 나오는 악기의 순서를 외우는 방식으로 동작을 외웠다”며 웃었다.
이번 내한 공연에는 BBL의 유일한 한국인 단원인 발레리나 이민경도 함께한다. 김기민의 예원학교 1년 선배인 이민경은 폴란드와 스페인의 발레단을 거쳐 2020년부터 BBL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햄릿’의 주역인 오필리어 역으로 출연한다. 이민경은 “입단 이후 6년 동안 일본에는 두 차례 투어를 갔지만 한국에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내한이 한국인으로서 감격스럽다”며 “이번에 출연하는 ‘햄릿’은 2024년 초연된 신작이다. 이 작품을 통해 BBL에서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